제대 앞의 대림초 네 개가 모두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모두 밝혀진 이 촛불들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준비하는 이 대림 시기가 이제 꽉 찼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제 곧 우리는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보면서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가브리엘 천사는 이 기쁜 소식을 시골 처녀 마리아에게 가서 알려줍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한 말들을 요약하면 ‘하느님께서 하시는 놀라운 일을 너는 믿느냐? 너는 하느님이 전능하신 분이시며,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이루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느냐?’ 라는 물음과도 같습니다. 이제 마리아의 응답만이 남았습니다. 마리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말 놀라운 신앙의 응답입니다. 세상의 그 어느 누가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보통 신앙으로는 나올 수가 없는 응답입니다. 나의 잣대와 세상의 논리로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는 우리들은 이렇게 응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며칠만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그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하느님을 믿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리아가 선택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놀라운 일을,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하느님이 하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에게서야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바로 이런 사람들을 선택하셔서 당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노아,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요셉, 모세, 여호수아 등 하느님이 택하신 인물들은 모두 다 인간적으로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었지만, 믿음으로 볼 때는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깊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놀라운 믿음이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과 섭리가 이 땅에 펼쳐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마리아가 선택된 것도 마리아의 이 놀라운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마리아의 이 대답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응답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나에게 주신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도 마리아처럼 응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이루시는 놀라운 일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도 이러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천년 전 한 아이가 태어났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천년 전 태어났던 한 아이가 또 우리 가운데 태어나실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성탄절은 하나의 행사이고 연인과 친구들과 만나 어울려 노는 시간일 뿐이지만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 계획이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이며 그래서 기쁨이 넘치는 시간입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이 성탄절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를 우리에게 너무나도 분명히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고요함 가운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곰곰이 헤아리며 믿음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것 바로 이것이 대림 시기의 마지막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오늘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