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루카 복음서의 머리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루카 1,1) 여기서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바로 예수님의 말씀과 활동들과 기적들, 그리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과 승천 등을 말합니다. 이 이야기들을 엮는 작업은 바로 복음서의 기록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복음서를 기록하는 데에 많은 사람이 손을 대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약 40여년이 지난, 기원후 70년경에 마르코 복음서가 가장 먼저 기록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80년경에 마태오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가 기록되었고, 20년이 지난 100년경에 요한 복음서가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네 복음서 외에도 다른 복음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베드로 복음서, 토마 복음서, 야고보 복음서 등등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지금의 네 복음서만 확정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다른 복음서들도 많이 읽혀졌습니다. 그러다가 4세기경에 공식적으로 지금의 네 복음서를 포함한 신약의 27권의 책들과 구약의 46권의 책들을 경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책들은 ‘외경’ 또는 ‘위경’으로 불리면서 더 이상 교회의 공식적인 전례에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네 복음서 덕분에 예수님을 만나고 알게 되었으며 예수님이 지금도 살아계시고 나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는 복음서가 네 권이라는 것에도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만약 복음서가 한 권뿐이었더라면, 우리는 예수님을 조금밖에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떤 한 사람을 보고도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네 복음서를 통해 풍요롭게 예수님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네 복음서는 예수님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았고, 기록할 수도 없었습니다. 요한 복음서 저자는 복음서의 끝마무리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이 말씀대로 예수님의 그 모든 말씀들과 행동들과 기적들을 다 기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 많은 것들 가운데에서도 예수님이 정말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구세주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네 복음서를 통해 충분히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네 복음서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복음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듣지 않고, 묵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복음서를 매일 성실히 읽고, 듣고, 묵상하는 사람은 이미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있으며,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진정 살아계신 분이시지만, 그것은 내가 스스로 복음서를 알아듣고, 깨닫고, 체험할 때에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남이 이야기해주는 예수는 백 번을 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체험하고 내가 깨달은 예수님만이 진정 살아계신 나의 예수님이십니다. 여러분 모두가 정말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