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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것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령은 말 그대로 거룩한 영 곧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의 영이십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을 사랑으로 일치시켜 주는 영이시며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늘 보이지 않게 함께 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천지 창조 때부터 하느님과 함께 하셨습니다. 창세기는 이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1-2)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도 성령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여기서 생명의 숨은 바로 하느님의 영 곧 성령을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도 성령께서는 끊임없이 활동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모든 판관들과 예언자들은 모두 처음에는 별 볼일 없던 사람들이었으나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려오시자 그들은 판관으로 활동하며 다른 나라의 군대를 쳐부수고 예언자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합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실 때가 되었을 때 성령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동정이신 성모님이 성령의 힘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낳으셨고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을 때 성령께서 예수님께 내려오셨습니다. 그때부터 성령께서는 언제나 예수님과 함께 계시며 예수님이 해야 할 말과 일들을 가르쳐 주시고 예수님의 기적들을 일으켜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성령을 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이후 열흘이 지나 오순절이 되었을 때,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내려오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때부터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제자들은 성령의 힘으로 많은 기적들을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주면서 교회 공동체가 계속 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성령께서 교회 공동체에 내려주시는 은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예언을 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이 모든 것을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 일으키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 나누어 주십니다.”(1코린 12,7-11) 그러면서 바오로는 우리에게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라고 당부합니다.(1코린 12,31 참조)
또 바오로는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 육의 행실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 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 이런 짓을 저지르는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갈라 5,16-17.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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