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5.37) 이 말씀에서 우리는 어떻게 목숨까지 바치는 순교가 가능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체험으로 확신했던 분들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끝없는 모진 고문 속에서도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고통에 함께 하신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예수님처럼 목숨마저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3-24) 우리 선조들은 이 말씀을 그대로 살아내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버렸고 고통과 죽음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졌습니다. 그분들은 예수님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그래서 그 상급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박해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해서 누가 나에게 칼을 들이대거나 믿음을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신앙을 버립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목숨까지 바쳐가며 신앙을 지키고 전해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후손인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신앙을 내팽개쳐 버립니다.

이 시대는 오히려 우리가 신앙생활을 더 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이 시대를 규정짓는 자유주의와 물질만능주의와 세속화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더 이상 하느님과 신앙을 모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취미나 여가의 한 영역 정도로 생각합니다. 세례는 받았지만 신앙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 더 투쟁해야 합니다. 신앙이 내 삶의 한 영역이 아니라 모든 것이 될 수 있도록 순교의 정신으로 투쟁해야 합니다. 세상과 세상의 논리에 맞서야 합니다. 우리도 순교자가 되어야 합니다.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가 아니라 하느님을 위하여 나의 시간과 노력과 삶을 바치는 순교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것들은 결국 다 지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과 마음을 두고 있는 이 세상 것들은 결국 다 사라져 버리는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야 합니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신 분이시므로 우리는 그분께만 내 모든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기쁨과 평화와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이 주는 평화와 예수님이 주는 평화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삶입니다. 내가 정말 신앙인인지를 알아보려면 이 두 기준에 맞추어서 나의 삶을 돌아보면 됩니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버리고 있는지 그리고 날마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