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세기 익명의 어느 교부는 오늘 복음 말씀을 이렇게 해설했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 그 누구도 주님께서 지체를 잘라 내라고 명령하셨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분께서 잘라 내라고 하신 것은 지체가 아니라 욕망입니다. 죄를 부추기는 원인들을 잘라내야 합니다.”(클레멘티나 『재인식』 7,37)

이 교부의 해설처럼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손과 발을 자르고 눈을 빼라는 표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잘라 내라고 강하게 명령하신 것은 죄를 부추기는 원인 곧 우리의 욕망을 강하게 끊어버리고 잘라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을 때 이것을 하느님께 서약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밤미사 중에 이 서약을 갱신합니다. 그러면서 부활의 기쁨을,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노래합니다. 죄의 원인이 되는 욕망을 끊어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죄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죄의 노예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죄의 종살이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구원하러 오신 분이십니다.

5세기 교부 요한 카시아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참된 완전함에 도달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는 부모, 고향, 이 세상의 부귀영화와 온갖 감각적 쾌락을 외적으로만이 아니라 내적으로도 끊어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떠난 다음에 다시는 이들을 그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로부터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외적으로는 이집트로 되돌아가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그곳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하느님께서 온갖 기적과 권능으로 그들을 이집트로부터 구해주셨는데 그들은 광야에서의 삶이 고통스러워지자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이 끊어 버리고 떠나온 이집트에서 섬기던 우상을 다시 섬기는 죄를 지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가 내 몸을 넘겨주어 내가 불태워진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코린 13,3) 이 말은 내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끊어 버리고 내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내가 나의 전 재산을 나누어줄 뿐만 아니라 나의 몸을 타오르는 불속에 던져 순교하여 내 몸을 그리스도께 바친다 하더라도 인내심이 없어 성급하고 버럭 화를 잘 내며 시기하고 교만하며 다른 사람의 부추김에 들떠서 불의에 쉽게 빠져 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며 나쁜 것을 생각하고 다가오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면서 내면이 여전히 예전의 잘못된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외적으로 끊어 버리는 것과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순교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예전의 우리가 지닌 잘못된 삶의 자세를 벗어 버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전의 잘못된 삶의 자세는 우리의 육신과 영혼 안에 깊이 자리 잡아서 이들을 묶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사는 동안 이렇게 묶여 있는 것을 풀어버리지 못한다면 죽고 난 후에도 우리는 계속 여기에 묶여 있을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쌓아 올린 덕행들과 이 덕행들의 원천인 사랑이 이 삶이 끝난 이후의 삶에서 우리에게 빛나는 모습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쁜 생활 태도는 영혼이 영원한 집으로 넘어갈 때 추하고 때 묻고 얼룩진 모습을 지니게 할 것입니다.”(『사부들과의 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