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신자들에게 혼인성사를 설명하시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어 혼인생활을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뒤따르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 관계의 근본이 되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생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진실한 관계는 언제나 주님과의 관계에 그 바탕을 둡니다. 가족이 기도하면 그 관계는 계속 유지됩니다. 신랑이 신부를 위해 기도하고 신부가 신랑을 위해 기도하면 그 관계는 더욱 견고해집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2014.4.2. Udienza)

교황님의 말씀대로 혼인과 가정의 핵심은 기도에 달려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부부와 가정은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따르더라도 그것을 견디어 내며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합니다. 어려움과 시련을 기도 없이 이겨내려고 하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신앙인은 특히 시련과 고통 중에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비록 하느님의 뜻이 내 뜻과 다르다 하더라도 기도 안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교황님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혼인생활에는 일자리나 금전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어려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자녀들로 인한 어려움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신경질을 부리거나 말다툼하는 때도 많습니다. 부부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혼인생활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때로는 접시가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살이가 다 그런 것입니다.”(2014.4.2. Udienza)

교황님의 말씀대로 부부 싸움은 우리 부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부부에게 보편적으로 있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인생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아무 부딪침 없이 평화로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부부나 가정 그런 인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다보면 부딪칠 수밖에 없고 깨질 수밖에 없고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그렇습니다. 서로의 모난 부분이 서로를 찌를 수밖에 없기에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가 서로를 참아줘야만 합니다.

교황님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말다툼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언제나 부부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말다툼을 했다 해도 화해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화해하는 데 ‘유엔’의 중재까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화해는 작은 행동 하나, 애정을 표현하는 작은 몸짓 하나, “미안해, 잘 자!”라는 간단한 인사로도 충분합니다. “미안해, 내일 봐!” 하고 인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2014.4.2. Udienza)

교황님의 말씀대로 부부 싸움 이후에 그냥 넘어가지 않고 화해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움과 상처가 깊어지고 쌓이기 때문입니다. 혼인성사는 다른 성사와 마찬가지로 신앙의 성사입니다. 혼인성사는 오직 신앙 안에서 효과가 있으며 신앙 안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의 신앙이 어떠한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세례는 받았지만 복음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그분들은 세례받은 예비자들 또는 세례받은 이방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모든 문명은 혼인제도나 그에 대한 법규들을 신적 질서로 여겼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준수하는가에 한 민족의 존립과 번영 그리고 미래가 달려있었습니다.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세상을 행복하게만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그 상대방은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혼인생활에 실망만 안겨줄 뿐입니다. 이러한 과도한 기대로 많은 혼인생활이 파탄을 겪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자녀들과 함께 이루는 사랑의 공동체는 하느님의 선물로 이해되어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