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어떤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선하신 스승님’이라고 부르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마르 10,18)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이단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단자들은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고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셨으니 선하신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시고 예수님은 하느님보다 선하지 않은 존재로 해석하여 예수님을 하느님과 똑같지 않은 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을 창조주가 아닌 피조물의 위치로 낮추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이단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4세기의 아리우스라는 사제입니다. 그가 일으킨 논쟁의 발단은 예수님이 하느님과 같은 분인지 아닌지, 같은 분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아리우스는 오리게네스의 사상에 내포되어 있던 종속설 곧 성자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에 있어서 성부 하느님보다 하위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는 이론을 급진적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아리우스는 하느님은 태어남도 시작도 없이 존재하는 유일한 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성자 그리스도는 탁월한 존재이지만 피조물 중에 그러하며 하느님과 같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리우스의 주장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은 바로 이것입니다. “성자가 존재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성자 예수님은 영원으로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아리우스의 주장이 퍼져 나가면서 논란이 발생하게 되자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알렉산델은 아리우스를 단죄했고 이로 인해 더 분쟁이 커지게 되면서 교회 전체의 분열을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그리스도교를 통해 로마 제국의 결속을 굳건히 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역사상 최초의 보편 공의회를 소집했는데 이 회의가 바로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입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성자는 성부로부터 곧 성부의 본질로부터 나신 외아들로서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이시며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같은 본질이시라고 고백함으로써 아리우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그리스어 ousia와 hypostasis라는 단어의 의미가 혼용되던 시절이어서 공의회가 채택한 ‘동일 본질’homoousia이라는 말은 ‘같은 위격’이라는 의미로 오해될 소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리우스 이단은 니케아 공의회에서 파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이 종식되기는커녕 향후 50여년 가까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카파도키아의 위대한 세 교부인 성 대 바실리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에 의해 삼위일체론의 용어와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었고 381년에 열린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함께 성령의 신성까지도 명확히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아리우스 논쟁이 공식적으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리우스는 성부 하느님의 절대적인 유일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서 신약의 새로움을 모조리 없애 버리고 단순한 유대교 신관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구원론적 관점에서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신성을 지니지 못한 구원자, 특별해도 인간일 뿐인 구원자가 어떻게 온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더 이상 구세주나 메시아가 아니라 단지 인간적인 노력으로 모방해야 하는 그런 대상으로 축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