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전교주일을 지내면서 특별히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전교’ 혹은 ‘선교’라는 말은 라틴어 명사 missio를 번역한 것인데 이 말은 라틴어 동사 mittere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동사의 원래 의미는 ‘보내다, 파견하다’ 라는 뜻입니다. missio는 이 동사의 수동태 과거 분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뜻은 ‘보내어진 것, 파견된 것 혹은 그런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선교’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볼 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하여 보내어지는 것, 파견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는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성상 선교적입니다.”(767항) “교회는 모든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이 그 선교 의무와 열성의 원천이라고 언제나 생각해 왔습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십니다.’(1티모 2,4). 교회는 선교적이어야 합니다. 구원 계획이 보편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851항)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우리 교회의 본질이 선교적인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든 신앙인들은 우리가 받아들였고 믿고 있는 복음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우리만 알고 지낼 게 아니라 아직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교리서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습니다.

“선교 임무에는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과의 존경 가득한 대화가 포함됩니다.”(856항)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우리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은 올바른 선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존경 가득한 대화가 선교의 기본 자세임을 교리서는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당신의 첫 번째 권고인 『복음의 기쁨』에서 복음화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복음화는 예수님의 선교 명령을 따르는 것입니다.”(19항) 교황님이 말하고 있는 예수님의 선교 명령은 바로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들었던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교황님은 복음화의 본질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복음화는 무엇보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 또는 여전히 그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이에게 선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14항)

교황님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선교가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고 그들에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것이며 풍요로운 잔치에 그들을 초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영세자의 숫자가 늘어나서 신자 수가 불어나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개종을 강요함을 통해서도 아니며 우리 그리스도교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매력’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