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들여다보기
공생활을 시작하신 후 예수께서 가장 먼저 하신 일 중 하나는 ‘더러운 영’을 쫓는 일이었다. 유다 전통에서 ‘더러운 영’은 보통 ‘마귀’를 뜻한다. 그러니 예수께서 ‘더러운 영’을 쫓으셨다는 말은 그분이 마귀를 쫓으셨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더러운 영’을 ‘마귀’와 동일어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더러운 영’에서 ‘더럽다’는 말은 구약성경에 자주 나오는 ‘부정하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부정하다’는 말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려면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컫는 데 쓰인다. 그러므로 ‘더러운 영’이라는 말은 하느님 자녀로 살려면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영’을 의미한다. 그리고 예수께서 ‘더러운 영’을 쫓으셨다는 건 바로 하느님 자녀로 살지 못하게 하는 내적 움직임을 굴복시키셨다는 뜻이다. ‘더러운 영’이란 말을 이렇게 넓게 이해하면 그것이 예수님 시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사방에 널려있음을 알 수 있다. 두려움이나 열등감, 편견과 탐욕, 미움과 분노, 이 모든 게 우리를 사로잡아 하느님 자녀로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하는 ‘더러운 영’들이다.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부정한 내적 움직임을 내쫓으셨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신다.
말씀 따라 걷기
하느님 백성으로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하는 내 안의 내적 움직임은 어떤 것인가?
영성의 샘
"진리이신 분께서는 우리 모두를 이렇게 초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이 말씀은 여러 욕망들에 휩쓸려 내적 두려움과 고통으로 압박받는 것은 아무 의미 없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높은 품위를 지닌 정신을 불의와 무의미가 존재하는 바닥으로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나의 형제여, 이 모든 악덕과 비참하고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나서 안전하고 고요한 항구로 오십시오."(성 브루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