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세요] 세 아이 엄마의 이야기-평화신문
작성자:
sung hwan james         3/22/2019
내용:

아이들은 하느님이 창조한 예술의 극치

 

 





“여보, 다녀올게!” “아빠, 다녀오세요!”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세 아이가 가방을 메고 집 문턱을 넘어 사회라는 세상을 향해 나선다. 식구들이 아침 식사 하는 중에 시간이 촉박해 아이들 물통을 싸는데, “엄마는 식사 안 하세요?” 하고 큰아들이 걱정해준다. 초등학교 입학해 엄마와 떨어지는 게 힘들다며 눈물이 고였던 둘째는 이제 학교에 마중 나오지 않아도 된단다. 막내는 엄마 품에 안겨 있길 좋아하지만, 등원 길에 친구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간다. 아이들은 자기 눈앞에 보이는 순간에 몰입하고 시간을 즐긴다. 평소 형들을 흉내 내고 싶어하는 막내! 그래서 셋째는 거저 키운다나? 형들이 크니 동생을 돌봐줄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오히려 ‘내 시간’이라는 짬도 난다. 

장래 희망은 ‘엄마’가 아니었다. 예술을 통해 나 자신을 찾고,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내 삶의 영역’을 침범받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둘이라 행복했다. 아이를 좋아해 유아교육과도 가볼까 했던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전!혀!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회 가르침을 보면 자녀는 부부 사랑의 고귀한 결실이라는데, 육아의 현실을 경험하면서 고통의 결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정에는 ‘아이’만 있고, 내 존재는 물론, 남편의 존재도 없어 보였다. 초보 엄마, 아빠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분명 몇 천 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교회 가르침이 틀리진 않았을 텐데, 왜 현실에서 육아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거지? 혼인과 가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 진정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배워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남편과 이탈리아로 떠났다. 하느님께서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제정하신 혼인과 가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비록 학생으로 가난한 삶에도 우리는 행복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는 말씀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내 꿈을 찾아보겠다고 포부를 갖던 무렵, 셋째가 찾아왔다. 솔직히 참 많이 울었다. 더 이상 나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로마에서 배웠던 신학이 현실과 부딪칠 때, 배움의 시간이 부질없어 보였다. 신앙을 의심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내지 못할 때, 그 가르침은 한낱 이론이었다. 이제 그 아이가 6살,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보물’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깨달으면서 성장했고, 아이들은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최고의 예술 작품이었다.

엄마가 되었기에 꿈을 이뤘다. 그림을 그려주고, 요리를 해주고, 옷을 입혀 주면서 진정한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와 남편이 엄마와 아빠가 되었기에, 아이들에게 세상은 서로 사랑할 때 정말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함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전해 줄 수 있었다. 혼자 꿈을 이루고 성장하는 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서로 아름답게 자라나도록 도와주는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남자와 여자의 성(性)이 서로에게 선물이 되어 완전체가 되었을 때, ‘생명’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이 ‘생명’은 우리가 선택한 것도, 만들어 낸 것도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깜짝 선물’이다. 분명 아이에게 내어 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받는다. 아이를 포기하는 순간, 예정되어 있던 내 인생의 한 장이 막을 내린다. 그 순간들을 느끼고 써 내려가기도 전에 말이다. 

손열림 율리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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